조류독감이 울리는 경종에 귀 기울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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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류독감 바이러스, 야생물새로부터 농장 가금류에 옮겨
- 밀집축산 문제 해결해야
- 부지런한 검역 넘어서는 미래비전 아쉬워

야생조류 → 농장가금류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전국 곳곳에서 검출되어 방역당국을 긴장시키고 있다. 역학자들은 10월 1일 이후 전국의 야생조류에서 고병원성 독감항원을 검출해 왔는데, 11월 말부터는 농장에서 기르는 오리와 닭들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에 확진되고 있다.

 

11월 27일과 12월 5일에는 전라북도 정읍과 전라남도 영암의 오리농장에서 조류인플루엔자 확진이 있었고, 12월 1일과 7일 경상북도 상주시와 경기도 여주의 산란계 농장에서도 같은 일이 일어났다. 당국은 확진장소 3킬로미터 인근 농장의 가금류에 대한 살처분을 지시했다. 네 농장 주변지역에서 살처분되는 닭, 오리, 메추리 규모는 113만 2800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부지런한 검역당국

 

농장에서 기르는 가금류가 확진되기 이전에 전국의 천(川), 강, 만(灣), 늪에 서식하는 야생조류에서 H5N8형 조류독감 항원이 검출된 것으로 볼 때,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야생물새로부터 농장의 가금류에게 옮겨 온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추론은 야생물새를 모든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원천으로 지목하는 역학계 일반의 견해에 부합한다.

 

검역당국은 부지런한 검사를 통하여 금년 겨울 유행하는 조류독감의 감염경로를 추적하며, 감염경로를 중간차단하기 위하여 확진가축이 나온 농장과 인근농장의 가금류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또 가축과 사람의 이동을 제한하고, 소독약 살포에도 힘을 쓴다.

 

축산농업인들은 재산 및 매출손실에 대하여 당국을 원망하고, 당국은 농민들의 위생관리 문제를 지적한다. 지난 17년간 되풀이 되어 온 가축에 대한 살처분· 매립과 축사소독은 대기 및 수(水)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조류독감 유행은 농민과 정부 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복리를 해친다.

 

밀집사육이 문제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물새의 몸에 붙어 있다가 가금류에게 온다면, 우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유럽연합은 가축들을 축사에 가두어 먹이는 지금의 집중사육방식으로부터 벗어나 가축들의 사육밀도를 낮추고 자연방생에 가까운 환경을 조성해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철새들이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옮기더라도 가축의 사육환경이 덜 밀집되어 있을수록 감염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보는 것이다. 역으로, 사육밀집도가 높아지면 항생제 투여도 늘어난다. 동물약품협회 통계에 따르면, 2018년 국내 동물항균 및 항생제 판매규모는 1,176억 6천만원에 달한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농업의 중심이 벼농사로부터 축산으로 급격히 이동한 결과 지구상에서 가장 밀집도 높은 사육이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의 가축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6월 1일 기준 우리 농가에서 사육되는 돼지는 1,108만 8천 마리, 산란계는 7,492만1천 마리, 육계는 1억1,084만 2천 마리, 오리는 930만 3천 마리에 이른다.

 

가축에게 투여된 항생제는 음식을 통하여 사람에게 섭취되므로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위험한 축산방식으로 인하여 사람들이 질병에 걸리면, 그 환자들을 치료하기 위해 건강보험 재정이 사용된다. 축산방식의 개혁으로 사람들의 질병이 예방되고 건강보험재정도 튼튼해질 수 있다면 더 할 수 없이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대증요법[對症療法, symptomatic treatment] 보다 미래비전

 

더 우려되는 점은 조류독감이 야생물새로부터 가금류와 돼지의 몸을 거친 다음 사람을 감염시키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역학자들의 경고에 있다. 인수공통 감염력을 획득한 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전이과정에서 감염력이 약화될 수도 강화될 수도 있다. 혹시 감염력과 치명성을 겸비한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사람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한다면 문제가 커진다.

 

우리 당국은 코로나-19 유행에 대하여 부지런한 검사와 격리치료를 통하여 확산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거두어 K-방역이라고 자랑하고 있다. 정부는 조류독감에 대해서도 부지런한 검사와 살처분을 포함한 격리조치를 통하여 확산속도를 늦추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부지런한 방역 및 격리조치라는 대증요법도 중요하겠지만, 인수공통감염병 유행의 이면에 작용하는 인과관계에 대한 고려가 없다면 그 부지런함도 맹목적 노력에 그치게 될 수가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식물성 식재료로 만든 고기가 팔리고 있고, 지열온천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기반으로 단백질 음식과 음료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집중사육 축산문제를 일찍 간파한 투자가들이 미래산업을 개척하고 있다는 말이다. 

 

 

임 수 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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