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회고록의 국내 출판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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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안법상 불온 서적인 <세기와 더불어> 출간
- 출판사 대표, 30년간 북한 간행물 취급하며 NGO 대표 맡기도
- 출판 승인 과정, 평창 올림픽 화해 무드 당시 이뤄졌을 수도
- 판매금지가처분신청 기각, 정권 레임덕만 앞당길 것

최근 들어 가뜩이나 국정 운영이 쉽지 않은 문 정권이, 일반적 불온 서적과는 비교도 안되는, 민족의 역적을 찬양하는 <김일성 회고록>의 발간을 승인함으로써, 보수층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들로부터도 거센 반발에 부딪치게 되리라는 경고가, 공산주의 종주국 <러시아>에서 나왔다.

 

지난 12일 러시아의 지정학 전문 매체 「New Eastern Outlook(신동방전망)」이 최근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는 "세기와 더불어" 국내 출판에 대해 꽤 부정적인 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칼럼의 전문이다.

 

 

 

 

2021년 4월 21일, "세기와 더불어(8권 세트, 정가 28만원)"가 한국의 온· 오프라인 서점가를 강타했다. 이 책은 1912~1945년(광복 전)까지의 기간으로 한정된 김일성 회고록이다. 내용은 북한 지도자의 어린 시절과 일제에 저항한 그의 활동 묘사가 주이다. 

 

이 회고록은, 소규모 출판사 민족사랑방 김승균 대표가 "남북 민족 화해와 협력에 기여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출간됐다.

 

과거 남북간 교류를 촉진하는 NGO(1989년 설립된 남북민간교류협의회)의 대표였던 82세의 김씨는 현재 북한과의 무역을 전문으로 하는 작은 회사(남북교역㈜, 북측 단행본과 78종의 잡지, CD, DVD, 우표 등을 반입하며 1993년부터 국내 여러 기관에 <로동신문> 등 공급)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김일성의 공산주의 이념과, 이후 북한 지도자로서의 이력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항일 운동 지도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도서 판매 수익금 전액을 <남북민간교류협회>의 자금 조달에 모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국내 언론이 지적한 것처럼 회고록은 추가 편집이나 해설을 거치지 않았고, 표지 디자인까지 북한 것과 동일하다.

 

김일성의 글을 한국 국내에서 출판하려는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0년대는 같은 일을 시도한 한 출판사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조사를 받았었다.

 

익명을 전제로 한 통일부 당국자는 당초 이 책이 출판 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으나, 지난달 28일 임시 회의를 연 <간행물윤리위원회>는  ‘김일성 회고록’이 역사 이념 도서이기에 유해성 여부를 심의하지 않기로 결론 내린 뒤, 최근 법원에서 "판매 금지 기각" 결정까지 내려진 것이다.

 

"해당 출판사는 『세기와 더불어』의 출판과 관련하여 통일부와 협의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이 책이 어떻게 출판되었는지 및 기타 사안들을 조사하고,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고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출판사 측은 이러한 통일부 입장에 동의하지 않았으며, 실제로도 통일부로부터 허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책이 대한민국에서 야기한 논란과 그 파문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서는, 과연 역사적 자료로서 김일성 회고록이 무엇인지, 그리고 대한민국에게 있어 국가보안법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다.

 

국가보안법은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이적 단체로 간주하고 있으며, 북한을 찬양하는 것은 형사 처벌 대상이 된다. 

 

우표까지 포함해서 북한에서 작성된 자료를 가져오려는 어떠한 시도도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북한에서 나온 콘텐츠를 <무단으로 입수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이러한 처벌 규정은 한국에서 가져온 콘텐츠를 북한에서 유통한 경우와 거의 동일하다.

 

심지어 가사도 없이 멜로디만으로 이루어진 음악의 다운로드에 대해서도, 두 국가 모두 적대적인 선전물로 해석한다. 노랫말이 들어있지 않아도 이념적 색채를 띄는 곡명만 가지고도 말이다. 그것은 정확히 한 한국 남성이 2년간 보호관찰을 받은 것과 같은 종류이다.

 

게다가, 한국의 역사학자들과 전문가들은 이 회고록에는 김일성의 업적에 대한 과장된 기술과 사실관계 상 오류가 난무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이 반민족적 선전이라고 판결한 2011년 이후, 김일성 회고록의 보유는 한국에서 금지돼 왔었다. 그리고 1년 후, 이 책은 "연구 목적으로" 필요한 공무원들만 소유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즉, 북한 정권에 반대하며 직업상 북한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런 책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은 자동으로 김일성 정권의 숨은 지지자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뭐 하러 대한민국 국민이 그 따위 책을 집에 두겠는가?

 

이제 출판되었으니 정상적으로 법적 절차를 따른다면 출판사와 그것을 구입한 모든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

 

법률에 의거하여 김일성 회고록에는 일제 강점기부터 1945년에 끝난 일본제국에 맞선 김의 투쟁에 대한 묘사  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찬양> 따위가 실릴 수 없었다. 그러나 이 책은 온통 그런 내용으로 도배가 되어 있다.

 

게다가 이미 1990년대 초에 북한에서 출간된『세기와 더불어』는 그 자체로서 다소 흥미로운 작품으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김일성 전기와 비교했을 때 현실성 측면에서 한 단계 발전한 작품이다.

 

특히 1941년부터 1945년 사이에 김일성이 소련을 가끔 방문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러한 사실이 전혀 공개되지 않았던 이전의 전기와 비교하면 큰 진전을 보여주고 있다.

 

게다가, 김의 회고록은 그의 사상적 궤적이 고전적 공산주의자가 아니며, 공산주의를 포함한 다양한 이념들을 머릿속에 결합시킨 <급진 좌파 민족주의자>의 입장을 따르고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음 두 가지 의혹이 더 제기된다. 

 

1) 이제부터 이 책이 어떻게 될 것인가? 

2) 그리고 애초에 어떻게 8권 짜리 책이 출판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책 내용이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국민들에게 체제 전복을 조장함으로써 공공질서나 국가 안보를 명백히 훼손하는 것이었다면 <간행물윤리위원회> 소관으로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간행물이 유해하다고 판단될 경우 위원회는 인쇄물의 폐기를 명할 수 있다.

 

4월 23일, 국내 최대 서점인 교보문고는 이 시리즈의 판매를 금지하고 온라인 서점에서 회고록을 삭제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 도서를 구입한 독자도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것을 고려해서 고객 보호를 위해 새로운 지시는 받지 않기로 했다." 

 

정치적 해석을 피하면서, 이 관계자는 법원이나 국가 출판사의 결정이 난 후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대답했었다. 일단 책들은 출판사협회로 돌려보내졌고, 그동안 출판사의 요청이나 법적 결정 없이는 당분간 회고록 배포를 중단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던 것이다.

 

그러나 법원에서의 책 판매 · 배포금지가처분신청 기각으로 다시 판매는 가능해졌지만 곧바로 대형 서점 등에서 판매가 재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교보문고 측은 “공급사인 한국출판협동조합과 협의를 진행하겠다”고 밝혔으나, 책의 유통을 맡고 있는 한국출판협동조합 측은 “할 말 없다”며 입장 표명을 거절했다.

 

이제 이 출판물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김승균 출판사 대표는 필요하다면 경찰이나 통일부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은 출판허가제가 아니기 때문에 문제가 없으리라고 생각했는데 논란이 증폭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다소 이례적이다: 남북문제 NGO 전 대표로서, 그는 국보법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정상이다. 출판사로서는 출판 전에 이러한 사안에 대해 검토하는 것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러한 준비 없이 책을 발간하는 것은 정치적 자살행위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수세력은 다시금 대북전단금지법을 떠올리며 대한민국을 비밀(crypto) 사회주의 국가로 몰고 가는 문 정권을 책망하면서, 이번 사건을 <文이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는 패러다임으로 논하고 있다. 그 중 일부는 한국전쟁이 평화 협정이 아닌 휴전 협정으로 끝난 이후 남북한은 엄밀히 말해 여전히 전쟁 중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조건부 좌파 비정부기구들이 조금 더 자유를 얻은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자유는 과거에는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것이 아닌 어떤 경우든 산발적으로 이루어졌던 행위들을 위해 필요했었다. 그러나 북한 실정에 대한 생생한 정보들이 널리 퍼지면서 이념적 주체사상가들의 개체수 증가에는 제동이 걸렸다.

 

그렇다면 다음의 해석이 좀 더 현실적일 것 같다.

 

8권 짜리 책을 출판하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다.

 

김일성 회고록이 세상에 나오게 된 과정을 승인한 것은 <평창 올림픽> 당시 즉, 남북 화해 무드라는 밑그림을 그리기 유리해 보였던 때였을 가능성이 크다.

 

당시의 출판 과정은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의 영향을 받아 예정보다 다소 늦춰졌을 수 있다. 소규모 독립 출판사를 포함한 중소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너무 늦게 오는 것은 아예 오지 않으니만 못한 법이다. 책이 출판될 무렵은 적어도 대북 접촉이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고, 문재인은 북한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에, 한국의 사회 • 정치적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또한 이 출판물은 일종의 상호 양보와 적대행위 완화의 일환으로 여겨졌을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 내 남한 콘텐츠 금지 완화를 위한 유사 조치 요청이 뒤따랐을 수도 있다.어떤 경우에도 문재인은 매우 어려운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이 문제에 개입해 보수층의 분노를 깔아뭉개려 든다면 그에 대한 내부 비판은 더 거세질 것이고, '레임덕'으로 가는 길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보수 뿐 아니라 점점 더 많은 중도 성향의 언론들도 文이 북한과의 대화 발전에 대한 이상주의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문 정권이 책 구매자는커녕 출판사에 대한 단속도 없이 그냥 판매되게 내버려둔다면, 북한으로부터 어떤 반응을 불러일으키게 될 테고, 사적 이익이라는 관점에서만 남북 대화에 관심 있는 포퓰리즘이라고 비난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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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소련이라는 공산주의 종주국 출신에다, 러시아 과학 아카데미 극동연구소 한국학 연구실 선임 연구원까지 지낸 바 있는 콘스탄틴 아스몰로프 박사의 이번 칼럼에서 보듯, 구 공산권 지식인조차 북한 김일성 회고록 출간에 이토록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생경하게 여겨진다.

 

뿐만 아니라 그간의 종북행적도 모자라 <주체사상> 이념에 미쳐서, 역사상 그 유례가 없는 동족상잔의 비극 "6.25 전쟁"의 원흉을 <항일투사>라 미화해대며 3류소설 나부랑이를 8권이나 펴낸 어느 정신줄 놓아버린 노인의 객기와 이를 승인한 정권은 정상적인 대한민국 국민들의 어이를 상실하게 만들고 있다.

 

 

이 주 희 [국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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