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의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방치할 것인가

- 민주주의 근간인 신뢰를 파괴한 중대한 범죄
- 선거에 대한 불신은 국가 전체의 불행으로 이어져
- 위원장 사퇴로 끝날 수 없어, 총체적 개혁 뒤따라야

 

신뢰는 사전적으로 인간적 관계에서의 “믿고 의지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신뢰가 행위의 예측(豫測)만이 아니라 예기(豫期)까지 할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즉, 어떤 현상과 사실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 더 나아가 통계학 등에 기초한 예측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회는 신뢰가 바탕이 됨으로써 형성될 뿐만 아니라, 서로 협동하고 감시와 통제로 인한 비용을 필요하지 않게 한다.

이런 면에서는 신뢰는 사회적 자산으로 공공재(公共財)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적 관계에 있어서 선진국일수록 개개인 간은 물론이고 민관(民官)간의 신뢰는 매우 높으며, 신뢰 붕괴로 인한 낭비를 없애려고 늘 노력한다.

 

 

지난 4·15 총선거에 있어서 수도권 경합지역의 경우, 당일투표에서는 앞서다가 사전투표에서 거의 일관되게 뒤처지게 된 현상이 나타났다. 이로 인해 일부의 사람들은 어떤 악의를 가진 세력의 인위적 작용이 있지 않고서는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이 있었다고 믿었으며, 상당한 의혹의 눈초리를 보냈다. 물론, 투표용지관리의 허술함으로 잔여 투표용지가 분실 또는 도난되어 관외 지역에서 발견되는 등의 일이 나타나 그 의혹은 더욱 확대 재생산되는 일이 있었다. 

이로 인해 3·9 대선 투표를 앞두고 사전투표를 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민운동까지 등장하였다. 그런 와중에서도 코로나19 감염확진자의 투표용지가 기표된 채 건네지거나, 유권자가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어지지 못하고 선거사무원에 의해 소쿠리 또는 쇼핑백에 담긴 채 옮겨져 투표함에 넣어지는 일로 큰 소동이 있었다. 이러한 일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정희 중앙선관위원장은 자리를 지키면서 감사원의 감사까지 거부하다가 며칠 전에 결국은 사임하였다.

 

 

이전에도 선거의 패자는 늘 말이 많았고 선거관리에 대해 의혹을 가졌으나, 선거 결과의 통계에 대한 해석에 납득이 되어 문제시 하지 않았다. 하지만 4·15 총선과 3·9 대선 과정의 선관위 선거관리에 대해서는 많은 유권자들이 크게 실망하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책임자에 대한 처벌은 없었다. 또한 스스로 반성하기는커녕 여론을 호도하며 오히려 유권자를 겁박하는 등의 행태는 국민기본권에 대한 도전이자 신뢰붕괴 행위로, 이를 방치한다면 기관 존립의 가치를 묻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는 선거관리의 신뢰붕괴가 국가의 장래에 아주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탱하는 선거관리에 대해 신뢰 붕괴가 일어나면 국론의 분열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는 내전 등으로 국가를 존망의 위기로 내몰 수 있다. 그래서 민주화가 성숙된 어떤 나라에서도 목숨을 건 희생으로 얻어진 투표용지는 함부로 다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현재 우리의 선거관리에 적용된 투개표의 전산화는 어떠한 악의를 가진 세력에 의한 인위적 조작이 없는 한 매우 효율적이고 또한 생산적이다. 중앙선관위는 위원장의 이번 사임을 기회로 헌법기관으로서, 나아가 국가의 장래를 위해서 어느 누군가에 의해 제기될 수 있는 한 점의 의혹까지 없앤다는 각오로 다음 선거에 철저하게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반복해서 선거관리의 신뢰 붕괴로 이어지는 의혹이 사회관계망을 통해 확대 재생된다면, 자칫 나라에 재앙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이고 중앙산관위에 소속된 공무원들에게도 불행이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기회에 중앙선관위는 현재는 물론 국가의 장래까지 내다보고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선거관리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중앙선관위는 민주주의의 근간에 대한 신뢰 확보가 이전의 선거와는 달리 완벽하고 철저한 선거관리의 준비와 실천에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深 · 思 · 翁 (심사옹)  <객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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