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조원 수준의 수상한 외환거래

- 경고 무시한 은행들 ‘늑장’ 대책 마련

 

7조원 수준의 외환거래가 국내 다수 은행에서 발견되자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은행들이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송금액이 5천만달러 이상인 외환거래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이상 거래 의심 건 등이 포함된 자료를 지난 29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

 

이는 지난달 말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에서 비정상적인 수조원대 외환거래가 발견되자 금감원이 이달 초 국내 은행들에 유사한 거래가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고 그 결과를 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미 지난해 4월 5대 은행에 국내 가상자산(가상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싼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금감원이 외환거래법 상 확인 의무, 자금세탁방지법상 고객 확인제도, 가상자산거래소가 거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 확인하는 강화된 고객 확인(EDD) 제도 등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이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이 같은 이상 외환거래 사태가 확대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금감원은 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검토한 뒤 필요하면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주요 점검 대상 거래 규모는 검사 중인 거래를 포함해 44개 업체에서 총 53억 7천만달러(약 7조원) 규모가 해당될 것으로 파악된다. 

 

먼저 하나은행은 내달 중 외화 송금의 적정성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는 팀을 본점에 꾸리고, 영업점에서 특이사항이 있다고 판단되는 외화 송금 거래가 발생할 경우 이를 한 번 더 들여다볼 예정이다. 또 이상 외환거래를 선별하는 기준을 내부적으로 마련하고, 사기·편취 등이 의심되는 수출입거래를 감지하는 자체 경보 시스템 '트레이드워치'(Trade Watch)에 적용해 4분기 중에는 외환거래 관련 위험요인도 자동으로 걸러낼 수 있도록 한다.

 

이외에도 다음 달부터 전산 시스템에 ‘체크박스’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는 영업점 직원들이 외국환거래 업무를 처리할 때 법상으로 문제가 없는 송금인지, 제출받은 서류는 사실과 일치하는지 등 세부 내용을 더 꼼꼼하게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KB국민은행도 해외 송금을 처리할 때는 추가 정보를 요청해 거래 진정성이나 자금 원천을 미리 확인하고, 자금세탁 방지 관련 사항도 고려해 유관 부서와 협의하도록 하는 등 주의 환기 조치를 시행했다.

 

다만 은행권에서는 외환 송금 과정에서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호소도 나온다.

 

한 은행 관계자는 "외환거래를 하려는 업체가 실제로 제출한 서류대로 업무를 하는지 등에 대해 현장 실사를 할 강제 수단도 없는 데다 고객이 가상화폐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면 일방적으로 거래를 거절할 방법은 많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업체가 보내는 돈의 출처를 작정하고 숨긴다면 은행도 이를 알아낼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차 · 일 · 혁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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